필리핀에 이민을 간다면 혹은 투자를 한다면 어떨까?

 

 

 

아직 필리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필리핀은 범죄가 많고 부정, 부패가 심한 후진국 정도로 인식이 되어 있다. 그래서 이민은 커녕 여행 조차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연일 오르내리는 흉악한 범죄 뉴스에 한국의 가족들과 지인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안부 전화를 받을 정도로 필리핀의 치안이 불안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한해 10명이 넘는 한국인이 피살되는 강력 살인 사건들 또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필리핀에는 10만여명의 한국 교민이 살고 있고 한 해 100만명 이상의 한국 관광객이 다녀 간다. 양면성이 있다. 좀 위험하긴 하지만 나름 매력이 있는 곳이다. 뭐라 딱히 설명하긴 어려운데 필리핀에 살게 만드는 묘한 끌림 같은 게 있다. 그게 바다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다.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거주의 목적으로만 본다면 필리핀의 제반 환경은 좋지 않다. 일단 사는데 필요한 주거비용과 공공요금, 의료비, 교육비 등이 한국과 비슷하거나 비싸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생활비 정도로 왕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필리핀 마닐라의 주거환경이 좋은 곳에서 4인가족이 생활한다면 적어도 1달에 400~500만원(주거비용 포함)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물론 경우에 따라 그 이하의 금액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삶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보다 못한 생활을 할거라면 굳이 필리핀에 들어와서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좀 더 편하고 여유롭게 살아보자고 필리핀에 들어오는거 아닌가? 

 

한국의 사회복지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필리핀에 비하면 한국은 천국이나 다름없다. 필리핀에서는 모든 비용을 에누리 없이 자신이 지불해야 한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다. 스스로의 선택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감수해야하는 사회적 비용(비자비용, 눈탱이)도 무시할 수 없다.      

 

가뜩이나 돈도 없는데 속 긁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투자나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차라리 한국이 낫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은 거다. 상기 예상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만한 직장이나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국이 살기에 더 좋다. 

 

그럼 필리핀에 살고 있는 10만명의 한국 교민은 뭔가? 그들은 모두 상기 비용을 감당하며 잘 살고 있을까? 아니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는 한정된 자본과 재화를 불평등한 방식으로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능력과 환경에 따라 계층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필리핀 교민들도 저마다의 형편에 맞게 살고 있다. 비상한 재주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야 생활비용 걱정없이 살아가겠지만 대부분의 교민들은 그 비용을 감내하고라도 필리핀에 살아야 하는 목적이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민, 교육, 사업, 투자, 결혼, 여행, 카지노 등등 필리핀에 살아야 할 이유는 많다.  

 

필리핀으로의 이민이나 장단기 거주를 계획하고 있다면 먼저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사업이나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돈이 많아서 무한정 쓸 수 있는게 아니라면 연금이나 퇴직금을 까먹으면서 생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살면서 생활비용 정도만 충당할 수 있는 일거리라도 있으면 만족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필리핀에서의 사업은 언어 소통으로 인한 직원관리 문제 그리고 사업 명의와 같은 법적인 문제 때문에 외국인에게 제약이 많아서 힘들다. 

 

사실 이부분이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필리핀은 외국인에게 소매업 허가를 주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따라서 법인 구성(필리핀인 60% / 한국인40%)을 하거나 차명(일명 더미)을 이용하는데 여기서 많은 분쟁이 생긴다. 결국 제대로 사업을 해보지도 못하고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필리핀에서는 적은 투자 비용으로도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의 속성상 적은 자본으로 큰 수익을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다. 간혹 그런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은 투자한 만큼의 자본의 비율에 따라 이익을 가져가게 되어 있다. 물론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고 말아먹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굳이 필리핀에 살아야 할 목적이나 이유가 있다면 그리고 꼭 투자를 하고 싶다면 사전에 충분한 시장조사를 해서 시행착오를 줄이길 바란다. 외국에서 시행착오는 곧 돈이다. 그걸 그냥 수업료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정보화 시대다. 노력한 만큼 정보를 얻을 수 있다.